기업 분석
스누피의 주인은 누구일까? — SONY 문화산업 분석
스누피에서 CloverWorks, J-POP, Crunchyroll, Live2D와 AnimeCanvas까지 이어지는 소니 문화산업의 지도를 확대해 본다.
전자회사가 문화회사가 된 방법
스누피라 하면 찰스 M. 슐츠 작가가 탄생시킨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이다. 《피너츠》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더라도 이 캐릭터는 대부분 한 번쯤 보고 들어봤을 것이다. 온갖 문구와 옷, 가방, 카페와 각종 브랜드의 협업 상품에 등장하고, 이제는 원작 만화에서 떨어뜨려 놓더라도 그 자체로 알아볼 수 있는 세계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만화 안에서는 찰리 브라운의 반려견이면서 동시에 찰리 브라운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스누피의 주인인 찰리 브라운보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 보자. 이 세계적인 캐릭터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피너츠》의 권리를 관리하는 회사는 Peanuts Worldwide이고, 그 위에 Peanuts Holdings가 있다. 그리고 2026년 3월,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재팬과 소니 픽처스가 기존 지분에 더해 추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소니는 Peanuts Holdings 지분 80%를 보유하게 되었다. 나머지 20%는 지금도 찰스 M. 슐츠의 가족이 가지고 있다. 그렇게 Peanuts Holdings는 소니의 연결 자회사로 들어왔다.
결국 오늘날 스누피의 주인을 기업 이름 하나로 대답하라고 한다면, 꽤 높은 곳에 SONY라는 이름이 나온다.
어쩌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카메라, 워크맨으로 유명해진 회사가 스누피까지 가지게 된 것일까?
앞선 SONY 기업 분석 글에서는 소니의 기술과 문화산업이 어떻게 한 회사 안에서 맞물리는지를 다뤘다. 당시에는 회사 전체를 보는 글이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과 음악, 영화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짧게 지나갔다. 특히 마지막에는 애니플렉스가 작품을 기획·제작하고, 크런치롤이 그것을 세계 시청자에게 유통하며, 소니뮤직의 아티스트가 주제가에 참여하는 구조를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고 적었다. 이번 글은 말 그대로 그 부분을 확대해서 보는 글이다.
그리고 그 확대된 지도를 펼쳐보면 생각보다 익숙한 이름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익숙한 애니메이션을 따라가 보니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봇치 더 록!
그 비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CloverWorks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수도 있다. 만약 제작사의 이름까지는 관심이 없었다면 작품부터 보는 편이 빠르다.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봇치 더 록!》, 《그 비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 《청춘 돼지》 시리즈, 그리고 WIT STUDIO와 함께 제작한 《SPY×FAMILY》 등에서 CloverWorks의 이름을 볼 수 있다.
CloverWorks라는 제작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A-1 Pictures와 Aniplex라는 이름이 따라온다. CloverWorks는 원래 A-1 Pictures의 스튜디오에서 출발했다가 2018년 별도 회사로 분리되었고, 현재 CloverWorks와 A-1 Pictures는 모두 Aniplex 산하에 있다.

A-1 Pictures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익숙한 작품은 더 많아진다. 《소드 아트 온라인》,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86 -에이티식스-》, 《마슐》 같은 작품들이 있다. CloverWorks와 A-1 Pictures의 작품 목록만 둘러봐도 최근 서브컬처를 즐긴 사람이라면 몇 작품쯤은 자신의 시청 목록과 겹칠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데 그 위에 있는 Aniplex까지 올라가면 갑자기 익숙한 SONY 로고와 만나게 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Aniplex가 Sony Pictures 아래에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름만 보고 계열구조를 예상한다면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Sony Pictures를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 Aniplex는 Sony Music Entertainment Japan 산하에 있다. Sony 역시 공식 경영전략에서 Aniplex와 그 산하 A-1 Pictures, CloverWorks를 일본 Sony Music의 애니메이션 사업 핵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왜 음악회사가 CloverWorks와 A-1 Pictures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면 앞서 이야기한 스누피 역시 Peanuts Holdings가 현재 Sony Music Entertainment Japan의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어 있다. 한쪽에서는 《그 비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의 키타가와 마린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1950년부터 존재한 스누피가 나온다. 출발점도, 팬층도, 작품의 형태도 전혀 다른 두 캐릭터인데 회사의 지도를 계속 위로 올리다 보면 결국 같은 소니뮤직이라는 지붕 아래에서 만나게 된다.
어쩌다 보니 키타가와 마린과 스누피가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소니뮤직’이라는 이름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J-POP을 따라가도 소니가 나온다
소니뮤직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음악이다. 그런데 굳이 회사 조직도부터 펼쳐볼 필요도 없다. 익숙한 J-POP 아티스트 이름만 훑어봐도 소니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YOASOBI, 요네즈 켄시, yama.
여기에 Aimer, LiSA, Creepy Nuts 같은 아티스트까지 범위를 조금만 넓히면 일본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 익숙한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Sony는 일본 음악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면서 YOASOBI와 요네즈 켄시를 대표 사례로 언급하고 있고, yama, Aimer, LiSA 등도 Sony Music과 이어져 있다.
YOASOBI
요네즈 켄시
yama
Aimer
LiSA
Creepy Nuts그런데 이 이름들을 보다 보면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애니메이션으로 금방 다시 돌아가게 된다.
YOASOBI는 《최애의 아이》의 「아이돌」을 불렀고, 《장송의 프리렌》에서는 「용사」를 불렀다. 요네즈 켄시는 《체인소 맨》의 「KICK BACK」을 불렀고, yama는 《SPY×FAMILY》 2쿨 엔딩곡 「색채」를 맡았다. Aimer를 따라가면 《Fate/stay night [Heaven’s Feel]》이나 《귀멸의 칼날》이 나오고, LiSA를 따라가도 《소드 아트 온라인》과 《귀멸의 칼날》을 비롯한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애니메이션과 J-POP은 처음부터 서로 멀리 떨어진 산업이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이나 엔딩을 듣다가 아티스트를 알게 되고, 반대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새로운 작품의 주제가를 맡았다는 이유로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도 한다. 실제 소비자의 취향은 회사의 사업부처럼 영상과 음악 사이에 선을 긋고 움직이지 않는다.
《SPY×FAMILY》를 예로 들면 더 재미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CloverWorks가 참여하고, 엔딩에서는 yama의 「색채」가 흘러나온다. CloverWorks를 따라가면 Aniplex와 Sony Music이 나오고, yama를 따라가도 다시 Sony Music이 나온다.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음악으로 넘어가는 짧은 과정 안에서도 같은 회사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이다.
Sony Music은 이 두 영역을 모두 사업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음악을 다루는 방식도 음반을 발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THE FIRST TAKE다. 흰 스튜디오와 마이크 하나, 그리고 한 번의 녹음이라는 단순한 형식으로 시작했지만 YOASOBI의 「밤을 달리다」, LiSA의 「홍련화」, Creepy Nuts의 「Bling-Bang-Bang-Born」을 비롯해 수많은 일본 아티스트가 이곳을 거쳤다. 여기에서 다시 별도의 음원을 내고, 협업곡을 만들고, 음악 미디어로 확장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THE FIRST TAKE는 이후 별도의 음원 레이블과 오프라인 라이브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더 크게 보면 Sony Music Group은 현재 활동하는 아티스트만 가지고 있는 회사도 아니다. Sony는 최근 몇 년 동안 Queen과 Pink Floyd의 카탈로그를 포함해 거대한 음악 IP에 계속 투자해왔고, 음악 IP에 대한 투자 확대 역시 앞으로의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Sony Music이라는 이름 아래에는 최신 J-POP 아티스트와 수십 년 된 음악 카탈로그,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게임, 그리고 이제는 스누피까지 들어간다. 이름만 보면 ‘음악회사’인데 실제 사업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만들었으면, 이제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A-1 Pictures와 CloverWorks가 있고, Aniplex가 작품을 기획하고 투자하며, Sony Music의 아티스트가 주제가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산업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어디에서 보여줄 것인가.
여기서 Crunchyroll이 나온다.
Crunchyroll은 현재 Sony Pictures Entertainment와 Aniplex가 함께 보유한 애니메이션 플랫폼이다. 한쪽으로 올라가면 Sony Pictures, 다른 한쪽으로 올라가면 Sony Music Japan이 나오는 구조다. 다시 말해 소니의 영화사업과 일본 애니메이션 사업이 Crunchyroll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만난다.
그리고 이 플랫폼의 규모는 이제 무시하기 어렵다. Crunchyroll의 유료 가입자는 2026년 3월 기준 2,100만 명을 넘어섰다. 2024년만 해도 Sony가 1,3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몇 년 사이에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Sony 역시 애니메이션을 그룹의 중요한 성장 분야로 꼽으며 Aniplex와 Crunchyroll을 중심에 놓고 있다.
이 부분은 소니의 문화산업을 볼 때 특히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많다. 좋은 음악을 가진 회사도 많고, 유명한 IP를 가진 회사도 많다. 하지만 직접 작품을 만들면서 동시에 세계의 팬들이 모이는 플랫폼까지 가지고 있는 회사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Aniplex가 관여한 작품을 Crunchyroll을 통해 해외로 보내고, Crunchyroll에서 어떤 작품이 어느 지역에서 인기를 끄는지 쌓이는 정보는 다시 다음 작품과 사업을 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제작과 유통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그룹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다.
Crunchyroll 자체도 이제 영상만 재생하는 OTT에 머무르지 않는다. Anime Awards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이 작품과 캐릭터, 음악에 투표하고, 오프라인 행사와 극장 배급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26년에는 애니메이션·게임·음악·영화·신기술 분야의 관계자들을 모으는 Anime Future Forum까지 열 계획이다.
이 구조를 보다 보면 앞선 글에서 스파이더맨을 가지고 설명했던 소니의 모습과 비슷한 그림이 다시 나온다. 하나의 콘텐츠가 한 사업부 안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사업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Fate는 애니메이션에서 끝나지 않았다
Aniplex
Fate/Grand OrderAniplex 아래를 조금 더 내려가면 또 익숙한 이름이 하나 나온다. 《Fate/Grand Order》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Lasengle이다.
Fate는 애니메이션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다. 《Fate/Grand Order》라는 거대한 모바일게임이 있고, 그 운영과 개발을 맡는 Lasengle가 Aniplex 아래에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사람을 끌어들인 뒤 같은 팬층이 게임과 굿즈, 이벤트로 움직이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실제로 AnimeJapan 2026에서도 Sony Group은 처음으로 특별 협찬사로 참여했고, 현장에는 Aniplex와 《Fate/Grand Order》, 그리고 뒤에서 이야기할 AnimeCanvas까지 Sony 계열의 여러 사업이 함께 나왔다.
서브컬처를 좋아하다 보면 이런 소비 방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고, 원작을 사고, 게임이 있으면 해보고, 굿즈를 사고, 좋아하는 성우나 주제가를 부른 아티스트까지 찾아간다. 기업 입장에서는 각각 게임시장, 음반시장, 애니메이션시장, 상품시장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팬 한 사람에게는 전부 같은 작품을 좋아하는 과정이다.
소니의 문화사업은 점점 그 팬의 움직임과 비슷한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작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방법에도 들어간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Live2D라는 회사까지 나온다.
Live2D는 버추얼 유튜버나 모바일 게임, 2D 캐릭터 콘텐츠를 조금이라도 접해봤다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익숙한 기술이 되었다. 그림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원래 그림의 느낌을 유지한 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고, 지금은 수많은 게임과 버추얼 콘텐츠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2D 실시간 캐릭터 표현에서는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위치까지 올라왔다.
요즘에는 Live2D를 이야기하면서 버추얼 유튜버와 버추얼 스트리머 시장을 빼놓기도 어려워졌다.
과거 얼굴을 공개하지 않던 유튜버나 스트리머는 캐릭터 일러스트 하나를 프로필처럼 사용하거나 게임 속 캐릭터가 사실상 방송인의 얼굴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캐릭터 자체가 눈을 깜빡이고, 입을 움직이고, 고개를 돌리고, 방송인의 표정을 따라 한다. 처음부터 버추얼 캐릭터로 데뷔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과거 얼굴 공개 없이 활동하던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버추얼 모습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버추얼이라는 방식 자체도 어느새 인터넷 방송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노래를 내고, 공연을 열고, 굿즈를 판매하며, 아이돌 문화와도 섞인다. 국내에서도 스텔라이브를 비롯한 버추얼 크리에이터와 그룹들이 빠르게 팬층을 키웠고, 이제는 하나의 독립적인 문화시장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규모가 되었다.
하나코 나나
아카네 리제그리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2D 일러스트풍 버추얼 아바타의 상당수가 Live2D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Live2D는 VTuber용 얼굴 추적 프로그램인 nizima LIVE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웹캠으로 사람의 얼굴 움직임을 추적해 Live2D 모델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생각해 보면 이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지금의 위치는 꽤 달라졌다. 예전에는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기술이라는 인상이 강했다면, 이제는 사람 한 명의 또 다른 얼굴을 만드는 기술이 되었다. 그 얼굴로 방송을 하고, 노래를 발표하고, 팬덤을 만들고, 공연까지 한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기술이 하나의 새로운 방송·음악 시장을 받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Aniplex가 나온다.
Aniplex는 2018년 Live2D와 자본·업무 제휴를 맺었다.
처음에는 이것도 ‘여기에도 Aniplex가 있네’ 정도로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Sony가 최근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에 투자하는 모습까지 같이 보면 조금 더 재미있어진다.
Sony는 현재 A-1 Pictures와 CloverWorks, Sony Music Entertainment Japan, Sony Group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AnimeCanvas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실제 현장의 제작 환경과 효율을 개선하고 작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2026년 AnimeJapan에는 AnimeCanvas가 별도의 부스로 등장할 정도로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었다.
앞선 글에서 소니의 카메라와 이미지센서를 다루며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Sony Pictures가 영화를 만들면서 동시에 Sony의 VENICE 같은 카메라가 영화 제작 현장에서 사용된다.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조금씩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CloverWorks와 A-1 Pictures에서 작품을 만들고, Aniplex가 그 작품을 사업으로 확장하며, Crunchyroll로 세계에 유통한다. Sony Music에는 그 작품과 연결될 수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고, 게임으로 확장할 수 있는 회사도 있다. 그와 동시에 Live2D 같은 제작기술 회사와 협력하고, AnimeCanvas 같은 제작도구는 아예 직접 개발한다.
여기까지 오면 처음에 스누피 한 마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꽤 멀리 와버린다.
그래서 다시 스누피로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Sony가 2026년 Peanuts Holdings의 지분을 80%까지 늘린 것은 유명 캐릭터 하나를 더 확보했다는 것보다 조금 더 큰 의미를 가진다. Sony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유통망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IP가 들어온 것이다. Sony 역시 그룹의 여러 엔터테인먼트 사업 역량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Peanuts의 사업과 브랜드 가치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많은 회사라는 사실은 이미 지금의 사업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처음 SONY를 생각하면 여전히 플레이스테이션, 카메라, 헤드폰 같은 제품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문화산업 안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CloverWorks와 A-1 Pictures가 나오고, 그 위에는 Aniplex와 Sony Music이 있다. J-POP으로 넘어가면 YOASOBI와 요네즈 켄시, yama 같은 이름이 나오고, 애니메이션을 세계로 보내는 Crunchyroll이 있다. Live2D와 Aniplex의 연결이 있고, 이제 Sony는 AnimeCanvas라는 제작도구까지 직접 만들고 있다.
따로 볼 때는 서로 별개의 사업처럼 보인다.
한꺼번에 놓으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소니가 문화산업에서 가지고 있는 힘은 유명한 작품의 숫자만 세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IP를 얻고, 작품을 만들고, 음악을 붙이고, 게임과 상품으로 넓히고, 그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심지어 그 작품을 만드는 기술까지 이어지는 길이 한 그룹 안에 꽤 많이 준비되어 있다.
앞선 글에서는 Sony를 ‘전자와 문화 사이의 경계 자체를 사업으로 만든 회사’라고 표현했다. 그때는 이미지센서와 카메라, 게임, 영화, 음악을 한꺼번에 바라보며 쓴 문장이었다. 문화산업만 확대해서 들여다봐도 그 표현은 그대로 이어진다. 오히려 애니메이션과 음악, 게임, 유통, 제작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고 나면 그 의미가 더 선명해진다.
Sony가 전자회사를 그만두고 문화회사가 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카메라를 만들고 이미지센서를 만들며 플레이스테이션을 판매한다. 다만 예전의 Sony가 우리가 문화를 즐길 기계를 만드는 회사로 먼저 알려졌다면, 지금은 그 기계 안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좋아하게 될 문화 자체에도 훨씬 깊게 들어와 있다.
그리고 2026년, 그 문화산업의 지도 한구석에 스누피까지 들어왔다.
다음에 스누피 인형이나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의 엔딩 크레딧, 혹은 평소 듣던 J-POP의 아티스트 이름을 보게 된다면 한번쯤 그 뒤에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 따라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자주, 그 끝에서 SONY라는 네 글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